독일 스타트업2015.04.02 05:06
      

 

베를린 대표 게임회사, Wooga의 오피스 (출처: thenextweb.com)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좋은 이미지가 몇 개 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수평적 조직문화, 빠른 성장 등... 모두 맞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제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 이면을 조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베를린 스타트업의 문제.


1. 관료적 문제


독일은 서류의 도시이자 법률과 규제의 도시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면 딸려오는 서류작업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제 와이프 비자 제출 서류만도 50페이지가 넘는데 회사 만드는 거야 오죽할까요^^;). 또한 각종 법률과 규제가 엄격히 적용되기 때문에 독일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회사를 세우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보수적인 나라인만큼 글로벌 스타트업 환경과 동떨어진 규제나 법률도 많습니다. 물론 모두 독일어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더욱 높아집니다. 물론 독일 정부도 이를 이해하고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려고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근본적 어려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인재 영입


베를린의 임금 수준은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분위기야 자유롭고 좋지만,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하면 임금수준이 낮기 때문에 더 좋은 대우를 받으려는 인재들은 다른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도시의 베를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포인트는 독일의 노동자 보호법률입니다. 독일은 노동자 보호에 매우 적극적인데, 반대로 유연하지 못한 부분도 많아서 기업이 몸집을 키울 때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한 번 직원으로 맞이하면 내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성장함에 따라 뛰어난 인재를 빠르게 영입해야하는데, 빠르게 채용하기에는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3. 다양한 사람들


미국 스타트업은 인종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미국인’인 경우가 많죠. 반면 베를린의 스타트업은 인종뿐만 아니라 국적도 다양합니다. 참고로 저희 회사는 총 8명이며 독일인은 없습니다 (국가 구성은 이탈리아, 헝가리, 미국, 로마니아, 인도, 러시아, 한국) 다양성의 힘은 대단하지만,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 문화적 배경도 다르고, 영어로 소통하긴 하지만 각자 '편한' 언어가 따로 있고, 버릇도 다르니까요. 인종이 달라도 미국인과 미국인인 경우와는 다르게 철저히 개인과 개인이기 때문에 '서로 눈빛만 교환해도 말이 통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4. 여행자의 도시


베를린은 여행자의 도시입니다. 아메리칸 드림과 비교해 도이칠란드 드림을 꿈꾸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죠. 기회의 땅이 아니기도 하구요. 특히 EU 국가의 국민들은 유럽 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들렀다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에서 사람이 떠나면 남는 게 없죠. 새로 오는 사람도 많고, 떠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게 좋게 작용할지, 안좋게 작용할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5. 새로운 아이디어의 부재


다들 아시는 것처럼 독일은 실용주의의 나라입니다.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최대한 실속있게 사는 것이 몸에 베어있습니다.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는 쓸데없는 일을 하다가 탄생하는 법이죠. 쓸데없지만 재밌어보이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미국에 비해서 부족합니다. 또한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맨 위에서 언급한 관료적 문제 때문에 빠르게 실행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 이겠네요.


6. 보수적인 투자자


보수적인 독일 사회인 만큼, 투자자들도 보수적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와 같은 활발한 투자환경은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처음부터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거나 인수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주로 미국이나 중국에서).


7. 미국 의존도


베를린 스타트업의 미국 의존도는 높은 편입니다. 매출도 그렇고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업체가 많은데,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시장은 이미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최근엔 중국도 넣어야 하지만) 당연히 미국 파트너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아이디어도 미국 것을 카피한 것이 많구요. B2C, B2B 모두 그렇습니다.


8. 유럽의 구매력 하락


유럽에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상황이 좋지 않죠. 그나마 나은 독일은 소비자 성향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더 생각나면 다른 포스팅에서 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점도 많고, 문제점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곳 같아요.


 



Posted by manof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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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텐모르겐

    독일거주하시나요?? 저도 독일로 이민가고 싶은데 인종차별이나 얘들키우기엔 어떨까요?

    2018.04.04 15: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